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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와 블로그

감기에 걸렸다. 그래서 머리가 돌아가질 않아,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일로 블로그 정리를 하고 있다.

블로그를 왜 하느냐

처음에는 프로젝트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였다. 첫 직장에서 SI 프로젝트를 여기저기 다니면서 잡다한 생각들을 노트에 정리했었는데, 그렇게 한권 두권 싸이다 보니 책꽂이에 자리만 차지할 뿐이었다.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이 낫겠다 싶어 블로그를 시작했다. 그래서 선택한 블로그 플랫폼이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스프링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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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의 인터넷 서비스와는 달리 유려한 UI와 협업 도구로 꽤 인기를 누렸었다. 하지만 사내 보안문제로 사이트가 막히게 되었다.

이글루스로

마침 이글루스라는 핫한 블로그 서비스가 그때 등장했다. 구질구질하던 네이버 블로그를 디스하며 파워블로그들이 이글루스로 몰려들던 시기였던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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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아직도 살아 있는 이글루스 블로그

이 때는 영어에 꽂혀 있던 시기여서 영어로 블로깅을 하려고 애썼었다. 그래서인지 글쓰는게 별로 내키지도 않았었다. 그렇게 그냥저냥 시간은 흘러…

티스토리의 등장

티스토리가 나왔다. 초대장이 있어야만 가입할 수 있었던 마케팅도 특이했고, 깔끔한 UI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었지 싶다. 그쯤하여 황상철 선배를 만나게 되었고, 황선배가 운영하던 “실용주의 이야기“라는 블로그도 접했다(지금은 워드프레스로 옮기셨다. 워드프레스로 옮긴 것은 내가 먼저다). 그때 “이런게 제대로 된 블로그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옮겼다.

tistory_socurites

그림. 티스토리의 socurites.com

이때는 정말 열심히도 글을 썼다. 이때쯤이었던 것 같다. 블로그로 “용돈을 벌어야지”라고 처음 생각했던게. 그리고 방문자 통계와 유입 키워드, 유입 경로도 모니터링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다 떨어져 나갔지만 한창 열심힐 할 때는 월 방문자 10,000을 넘기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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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방문자를 열심히 유혹하던 시절

그러다 여러가지 일로 블로깅을 손을 놓았다.

워드프레스로

다시 블로깅을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워드프레스가 인기를 끌고 있었다. 티스토리도 그럭저럭 무난했지만 프로그램 코드가 태반인 글에서 “syntax highlight”가 없는 티스토리는 퇴물이었다. 고객센터에 “syntax highlight” 기능 추가를 요청했지만 답변이 없었다. 그래서 워드프레스로 이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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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워드프레스로 이사한 후, 얼마전까지의 socurites.com

이사를 하고나니 사용자가 뚝 떨어졌고, 디자인도 수정하긴 했지만 영 맘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이직으로 적응 모드로 돌입한 터라, 이대로 2년 가까이 방치해 두었다.

그러다 감기에 걸렸다

그래서 티스토리의 글을 워드프레스로 옮기는 삽질을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했다. 그리고 테마와 몇가지 디자인을 수정했다. 지금은 방문자는 바닥을 치고 있다. 용돈벌이로는 이제 힘들 듯 하다.

블로그를 왜 하느냐

나는 SNS를 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페이스북, 트위터도 잘 사용했지만 이제 하지 않는다. 카톡도 하지 않는다. 누군가 주말에 무엇을 먹고, 여름 여행으로 하와이를 다녀오고 하는 것들을 별로 “좋아요”하고 싶지도 궁금해 하고 싶지도 않다. 주말에 쉴 때 울려대는 “까톡”을 듣고 싶지도 않다. 사생활과 관심 사이의 줄다리기에 익숙하지 않은 나로써는 일이 아닌 이상, 앞으로 SNS를 할 까닭은 없을 듯 하다.

그래서 블로그를 한다. 궁금한 소식들은 굳이 전화를 하고 문자를 해서야 알 수 있고, 내가 하고 싶은 얘기들은 굳이 블로그에서 글을 쓴다. 이 정도의 “굳이” 무언가를 해야 하는 정도의 불편함이 있을 때, 관계가 오히려 편해짐을 느낀다.

기술이 발전할 수록 오는 행위의 편리함은 오히려 심적인 불편함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예전 선배가 말한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감성”이라는 말이 여기에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글을 쓰고 보니 아래의 커다란 SNS 버튼들이 눈에 띄었다. 우스운 일이다.

[독후감] 린 스타트업

몇년 전 무모하리만치 별 생각 없이 스타트업에 참여했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혀 다른 생태계에 뛰어든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닫는 좋은 경험이었다. 뿌듯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경험이었지만, 얻은 것과 잃은 것, 잘해야 했던 일과 그렇지 못해 찾아오는 뒤늦은 후회들이 교차한다.

시작을 앞두고 읽었던 책이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이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스타트업의 절망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해주었지만, 현실에서는 글자가 뜻하는 것보다 훨씬 아팠던 것 같다.

 

주말에 보려고 아껴두었던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을 보기 시작했다. 인사이트에서 출판했으며, 린 스타트업의 창시자인 에릭 리스(Erik Reece)가 쓰고, 이창수/송우일님이 옮겼다.

lean_startup_book

스타트업에서는 어떻게 개발조직을 꾸리고, 어떠한 개발 프로세스를 가지는지를 알고 싶어 선택한 책이었지만, 이 책은 그 이상이다. 비즈니스에 대한 그의 정의를 보자.

“비즈니스는 수익성 높은 사업으로 돈을 벌거나, 고객 가치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와 싸워 생존, 번성하는 과정이다”

즉 주변 환경에 적응하여 하루하루 살아남는 과정이 스타트업이다. 아블라컴퍼니 대표인 노정석님은 추천사에 아래와 같이 말한다.

당장 죽을 수도 있는 절박함이 ‘창조적인 행동(혁신)’을 만들어내고, 이것이 성공하면 살아남고, 실패하면 도태되어 사라진다.

이 말은 빌 벅스턴이 쓴 “사용자 경험 스케치”에서 나온 “야생을 위한 디자인(Design for the Wild)”과도 일맥상통한다.

저자인 에릭 역시 젊은 시절 첫 회사를 세웠고, 쓰라린 실패를 맛봤다. 그 이유로 서비스에 대한 통찰은 있었지만, 이를 기반으로 훌륭한 회사로 키워가는 프로세스를 몰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로 가는 저자를 어리석다고 비웃었던 사람들의 말이 옳다고 판명되는 일이었기에 더 절망적이었다.

하지만 실패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스타트업이 따라야할 핵심 가치를 배울 수 있었다. 여러가지를 말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창업가 정신은 관리”라는 점이다. 흔히들 창업가 정신은 창의적이어야 하며, 흥미지진해야 한다고 믿는 반면, 관리는 지루하고 불필요하게 진지하다고 오해한다. 하지만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열쇠는 바로 이 지루한 일이며, 성공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프로세스를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절대로 나이키에서 광고하는 “일단 해보자(Just Do It)” 정신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서문에 나오는 아래의 글이 가슴에 와닿는다.

스타트업은 무언가를 만들어서 돈을 벌거나 고객에게 서비스하라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 흥미진진한 것은 스타트업이 성공해 실제로 세상을 바꾸는 모습을 보는 일이다. 이처럼 새로운 모험에 사람들이 거는 열정, 힘, 비전은 인류의 매우 소중한 자원이다. 결코 허무하게 버려져서는 안된다. 우리는 분명히 더 잘 할 수 있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아래는 비슷한 내용의 스티브 잡스님의 동영상이다.

지금 당신이 인생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들이 당신보다 똑똑하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
당신은 인생을 바꿀 수 있으며 또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무언가를 직접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 마지막 문장은 부끄러워 지우려다, 스스로를 뒤돌아보기 위해 그대로 둔다.)